“위안부는 매춘부” 류석춘 망언 거센 후폭풍…연세대 동문들 “파면 때까지 투쟁” - 한겨레
류석춘 연세대 교수, 19일 수업에서 “위안부는 매춘” 막말
연세대 재학생 및 동문 “류 교수 파면 서명운동 시작”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법적 대응할 예정”
류 교수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일베 많이 해라” 막말 논란도
위안부 망언으로 논란이 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때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수업에서 “위안부는 매춘”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연세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22일 “류 교수가 파면돼 연세대 교정에서 쫓겨나가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이라는 수업에서 △자신을 ‘친일파’라고 주장하고 △위안부를 매춘부에 비유했으며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은 통진당과 같은 단체라고 주장했다고 프레시안>이 21일 보도했다. 류 교수는 친일파 청산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는 (식민 잔재를) 청산하려다 보니,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놈들 조상이 다 친일파”라며 “한국에서만 일본이 말도 안 되는 국가로 취급받는다. 일본은 세계적인 강대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류 교수는 “나를 혹시 여러분이 친일파라고 오해할 것 같은데 친일파 맞아요, 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중국이랑 친한 거보다는 일본이랑 친한 게 더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졌다. 류 교수는 “(위안부는 매춘부와) 비슷한 거다. 그 사람들(매춘부들)이 왜 매춘하냐. 살기 어려워서다. 옛날(일제강점기)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교육을 시켜주는 등 일본의 말에 속아서 간 것 아니냐”는 학생의 질문이 이어지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지금도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들한테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을 하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매춘부와 위안부를 동일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더니 류 교수는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된 단체’라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류 교수는 “이른바 정대협이 끼어들어 와서 할머니들 모아다 (이렇게 말하라고) 교육하는 거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 세월이 가고 정대협이 끼어서 ‘국가적으로 너희가 피해자’라고 해서 모여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했다”며 “정대협의 핵심 간부들이 통진당 간부들이다. 그 단체가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수업 말미에 “여러분이 그렇게 정의로우면 조국 내려오라 그래요. 여러분도 수요집회하듯이 (조국 반대 집회) 매일 해야 할 거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대 연세대 총학생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 등이 모인 ‘류석춘 교수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연세인’은 22일 오후 성명을 내어 “연세대는 일본 극우세력의 나팔수 구실을 하는 류석춘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일제와 독재에 항거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모교에서 류 교수의 망언과 같은 부끄러운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연세대가 류 교수에 대한 파면을 결정할 때까지 학교 내외에서 파면 요구 서명운동, 총장 항의 방문, 교내 촛불집회 개최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도 “류 교수의 발언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23일 정기 중앙운영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모든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류 교수의 발언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 사례를 제보받는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는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연세대는 류석춘 교수를 즉각 해임하고, 류 교수가 피해자들이 입은 인권유린에 대해 사과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이 더 이상 훼손당하지 않도록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정관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대해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절차에 따른 징계 등 처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류 교수는 2006년 경향신문>이 주최한 ‘진보개혁의 위기’ 좌담회에서 “좌파, 진보가 우리 보고 극우, 수구라고 하던데 극우는 테러하는 안중근 같은 사람이지 난 연필 하나도 못 던진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청년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진보 진영에 견줘 온라인 대응 역량이 뒤처진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하나밖에 없다. ‘일베’ 많이 하시라”며 청년들에게 ‘일베’ 활동을 권장했다.
이 밖에도 류 교수는 2005년 출범해 ‘친일 미화’ 등 역사 왜곡 논란을 촉발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참가했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모임인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우파 인사로 알려졌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 이승만 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앞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 자금으로 설립된 재단인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역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탄핵당했다.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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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2 06:31:2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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