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小我)의 마지막 자취까지 버리려 한다”던 단식은 의식을 잃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7일 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실은 구급차가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하면서 8일(20~27일)간의 단식이 일단 막을 내렸다.
황 대표는 28일 오후 2시쯤 일반 병실로 이동했다. 오전 11시 30분쯤 간신히 눈을 뜨고 짤막하게 말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전희경 대변인에 따르면 오전 눈을 뜬 황 대표는 김도읍 비서실장 등을 향해 “고생들 많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추가) 단식 농성은 절대 안 된다”고 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의식을 차리자마자 “단식을 이어가야 한다. 단식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던 그대로라고 주변에선 해석했다. 황 대표가 단식했던 청와대 앞에선 신보라·정미경 최고위원이 동조 단식을 이어갔다.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단식 일성(一聲)처럼 그의 단식은 고지식했다. 첫날인 20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야외 연좌를 두고도 그런 평가가 많았다. 황 대표는 이날 5℃의 낮 기온에도 “이 순간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자세를 풀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요령 있는 정치인 출신이라면 처음부터 천막을 치고 농성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오가는 중에 눕거나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도 없어 초반부터 체력 소모가 심했다. 은박지(돗자리)에 태양광이 반사돼 눈에도 무리가 많이 갔다”고 전했다.
황 대표의 고지식한 면모는 ‘텐트 소동’에서도 엿보인다. 청와대 바로 앞에 텐트를 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처음엔 국회 내 텐트에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청와대) 가까이서 전달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고집이 더 셌다. 초반 '국회 텐트'(20~21일)에서 머물던 황 대표는 단식 중반부터 청와대 앞 '간이 텐트'(22~24일)에서 지냈다. 황 대표는 텐트 안에 전열기 등 난방시설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황 대표의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자 한국당은 25일 천막을 추가 설치했다. 한국당에서는 “지지자들의 응원 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청와대 앞에서 한 덕에 8일이라도 버틴 것 아닐까 싶다”(초선 의원)는 평가도 나온다.
단식 현장을 가장 먼저 찾은 당 외부 인사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강 수석은 단식 초반인 21일과 22일 두 차례 황 대표를 만났다. 강 수석은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만찬 참석과 단식 철회를 요구했지만 황 대표는 거절했다. 단식 초반이었던 터라 결과적으론 황 대표와 가장 오래 대화한 정부 측 인사가 됐다.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2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25일) 등 다른 여권 인사들도 현장을 찾았다. 황 대표의 건강 탓에 사실상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 이 총리는 1분간 대화했다. 이 대표도 5분간 천막에 머물렀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기 어려웠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한국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26일, 3분), 심상정 정의당 대표(27일, 1분)도 짧게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 26일 현장을 찾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3분가량 얘기를 나눴다. 황 대표의 의식이 불명료해진 뒤엔 27일 전광훈 목사가 42분간 텐트 안에 머물렀다.
단식 현장을 가장 오랫동안 지킨 건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은 붉은 패딩점퍼 차림으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황 대표가 단식하는 천막 주변을 오갔다. 김명연 수석대변인, 박대출 의원 등도 일종의 ‘지킴’ 조다. 다른 의원들도 조를 짜 단식 현장 주변을 지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27일 밤 황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에는 조경태 최고위원, 전희경 대변인, 윤영석 의원 등이 현장에 있었다.
한영익·이우림 기자 hanyi@joongang.co.kr
2019-11-28 07:23: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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