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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전환 없었다"…文 대통령 경제회의 발언에 경제계 '실망감' - 조선비즈

"방향 전환 없었다"…文 대통령 경제회의 발언에 경제계 '실망감' - 조선비즈

입력 2019.10.17 17:17

‘민간활력’ 강조했지만…"구체적 비전 없었다" 혹평 속출
고용지표 '자화자찬' 또 반복…민간 평가와 괴리 여전해
'건설투자' 언급엔 "다행이지만 부동산 규제는 안 바뀔 듯"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경제 전문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0%로 전망하고, 상당수 국내·외 민간 예측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고 있음에도, 경제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줬던 자화자찬식 경제인식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경제정책 전환에 대한 의지 표명은 ‘흔적 조차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의 성장 둔화 흐름을 오로지 글로벌 성장세 악화 등 대외 여건에서만 찾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文 대통령 "민간활력’ 강조…정책 전환 의지는 없어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민생에 힘을 모을 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경제장관회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이 경제부처 장관들과 최근의 성장 저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 행보 등과 연관지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구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 발언에서 정책 전환 신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민간 경제 활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은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민간 경제활력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산업정책 차원에서의 비전이 필요한데, 정부 대응은 추상적인 목표만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면서 "이날 회의 내용도 크게 진전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운 감이 많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라는 의지를 읽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에 대한 방향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친노동 정책에 대한 보완책의 시급성 정도는 언급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경제계에서는 실망감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또 자화자찬식 경제인식"…경제계 실망감 표출

정부의 자화자찬식 경제인식이 또 다시 강조된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 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취업자 등 고용지표 개선은 지난해 3, 4분기 고용참사에 대한 기저효과가 가장 큰 원인이고, 상용직수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이기 때문에 고용의 질이 개선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고용의 질이 개선된다는 건 민간의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투자의 중요성이 언급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면서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여건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주력해왔다. 이 방향을 견지를 하면서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통령이 건설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민간에서 나오는 우려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측면이라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거론됐지만 ‘인위적 경기부양을 쓰는 대신에’라는 언급이 나온 것에 눈길이 간다"면서 "이는 ‘건설투자가 걱정은 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규제 일변의 부동산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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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08:17:0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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